<< 사랑방 중개일기.22 >>

30대 중반 잘생긴 청년이었습니다.
전세계약시에 동행한 미녀가 누나라 했는데
남매사이 우애가 아주 돈독했습니다.

잔금날엔 8순 노모도 함께 였습니다.
나는 왠지 말수도 없는 그들 가족에게 자꾸 맘이 쓰였습니다.

입주하고 석달쯤 됐을까 청년이 임차인 명의를
누나로 바꾸고싶다고 했습니다.
임대인은 일본을 자주 왕래하던 분이었는데,
계약서를 다시 써주는 조건으로
일본행 왕복 비행기값을 요구했습니다.
나는 비행기값 달라는 주인이 미워서 여러번 설득했는데 막무가내였습니다.

계약자변경을 하고
다시 3개월이 지났을 무렵
청년이 이사를 가겠다고 찾아왔습니다.

청년은 희귀병에 걸렸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대학병원서 임상실험 치료를 받는 중인데....
병이 나기전 졌던 빚에 동생 병원비,
팔순노모 뒷바라지하느라 누나는 시집도 못가고...
비정상적인 돈벌이(?)를 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막대한 병원비로 결국 보증금 압류 들어올 상황이자 누나로 명의변경까지 했는데
...결국 누나도 병원비로 쓴 사채때문에 더이상 버티기 힘들어....다시 집을 빼기로 했다고 했습니다.

청년은 끝도없이 치료받아야 하는
자기 때문에 누나가 불행한 인생을 살고있는게 죽고싶을정도로 괴롭다고 했습니다. 또 그걸 옆에서 지켜보는 노모가 안쓰럽다고 했습니다.

두달 뒤 이사나가는 날, 사채업자 두명도 함께 왔습니다.
나는 누나가 건네준 중개수수료를 봉투에 담아,
차마 못들어오고 문밖에 서있는 노모의 손에 쥐어드렸습니다.

어머님! 이걸로 따님하고 아드님한테
맛있는 점심 사주세요~
그때 주인한테 비행기값 주셨던거
제가 돌려드리는 거에요.....

내 친정어머니같은 노모의 눈에서
메마른 눈물이 터졌습니다.
청년이 빨개진 눈으로 나를 한참동안이나 쳐다보았습니다.

그리고 이틀 후 나는 경찰서로부터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유승부동산 대표님이신가요?
혹시 박정진이라는 분 아세요?

박정진이란 사람이
맥금동에 있는 모텔에서
사체로 발견됐는데요. 소지품에 아무것도 없고...
부동산사장님 명함만 있어요.

보증금을 빼서 누나에게 쥐어주고
식당으로 가서 함께 점심을 먹은 뒤
청년은 사라졌다고 합니다.
나는 청년의 마음을 알것같아서..
그러나 누나의 슬픔도,
어머니의 절망감도 알것같아서
한동안 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그때가 딱 지금같은 7월말...

노모는 아직 살아계실까?
그 예쁘던 누나는 이제 결혼해서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을까...

그들은 나의 가장 슬픈 고객들이었습니다.

비오는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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