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방 중개일기 23 》

" 사장님!! 집에서 누가 자고 있어요!!"

숨넘어가는 목소리입니다.
두달전 24평 1층에 전세계약을 한 임차인인데..
오늘이 이삿날.
살고있던 사람은 분명히 며칠전에 이사나가서
어제 입주청소 시켜 놓고
아침일찍 깨끗이 청소됐나 확인하러 갔더니
거실에서 누군가 짐보따리 쌓아놓고
자고 있더랍니다.

깜짝놀라 뛰어갔더니..

"왜 이렇게 시끄러워 "

부스스 눈비비고 일어난 사람은
다름아닌 임대인 모녀.
이제 겨우 60인데 70대가 넘어보이는 어머니와,
30대인데 지적 장애가 약간 보이는 시집 안간 딸.

서울 어느 시장통에서 국밥집을 한다고 하는데...
없는 돈 모으고 모아 여기 파주 시골(?)에다 24평
그것도 1층을 사놓고
집값이 금값이 되기만을 기다린지도 어언 15년..

평생 내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는 사람들이다보니
세입자가 들고 나는 텀이 하루라도 생기면
이불보따리 이고 내려와서 그집에서 하룻밤 자고 가는 진풍경.

" 아고...깨끗이 청소해논 집에서 왜 또 잠을..."
" 우리집인디 워뗘...
요때 아니믄 내집에서 언제 자봐"

어디 콘도 빌려서 소풍이라도 온냥..
짐 보따리 보따리마다 냄비며 반찬..

집주인 모녀가 잤다하니 딱히 머라고 말도 못하고
한숨만 쉬는 임차인..

이삿짐 넣어야 하니 빨리 나가자고 재촉해서
사무실로 끌고 왔습니다.
사무실 오자마자 한쪽 구석에서 김밥이랑 옥수수 꺼내 아침식사 하시고...

잠시 후 임차인들이 도착해 잔금을 맞추고
중개보수 받는 타임.

36만원입니다!

임차인은 입금해주고 나가는데
이 모녀는 말이 없다...

수수료 주고 얼른 가셔야죠. 서울까지 가려면..

모녀가 서로 멀뚱멀뚱 쳐다보더니

엄마: (딸 보며) 너 돈 가진거 다 내놔봐.
딸: 알았어 다줄게

딸이 주머니 부스럭 거리더니
7000원을 건네 엄마에게 줍니다.

엄마: 이게 다야?
딸 : 그게 다야..어제 내가 옥수수 샀잖아
엄마: 으이구..아빠 몰래 서랍에서 좀
빼오지않구!
딸: 아빠가 잠궈놨어.

어라...
모녀는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이번엔 엄마가 주머니에서 12.000원을
꺼냅니다.
도합 19.000원.

엄마: 지금 내가 이것밖에 없는디..
우리 영감한테 받아서 나중에 꼭 갚을게..

19.000원을 내 책상에다 놓더니
다시 딸을 보고

엄마: 근데 너 차비는 있냐?
딸 : 없어. 엄마 다 줬잖아.

ㅎㅎㅎ
아 이 모녀를 어찌하리오~
만원만 받고 9000원을 다시 돌려줍니다.

차비도 하시고 더운데 아이스크림도 하나씩 사먹고 가세요.
그리고 앞으로는 중개수수료 가지고
옥수수 사먹고 그러시면 안돼요.

아이구 고마워. 내가 우리 영감한테 말해서
꼭 많이 보내주라고 할게..
요새 국밥집이 너무 많이 생겨서 장사가 안돼..

모녀는 사무실에 있는 사탕을 한웅큼씩 집어서 주머니에 넣고 길을 떠납니다.

그냥 어딘가에 내집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부자가 된 사람들..
그래서 영감님이 이젠 장사해먹기 힘드니
집팔아서 생활비나 쓰자고 해도 죽어도 못판다고
우기는 바로 그집..

저만치 가던 모녀가 돌아보며 손을 흔듭니다.

" 부동산 아줌마 우리집 잘 부탁해~ "

집값이, 모녀의 미래가 되는 날이 꼭 오기를 기다립니다.